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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회사는 왜 "블랙 기업"이 되가는가?

category 비즈니스 2017. 6. 28. 01:29

취업 문제와 함께 여전히 대두되고 있는 것이 "블랙 기업"이다.

최근 이 블랙 기업이 또 다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콜센터 실습생 자살 사건>이다. 이를 통해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감정 노동자에 대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블랙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은 회사보다 자신을 탓하고, 정신적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누군가는 말한다. "자살할 정도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회사 밖의 인생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근무 방식은 비단 블랙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껏 야근을 시키고 시간 외 수당은 주지 않는 것은 대기업도 일반적으로 행하는 짓이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는 정규직 일자리가 보장되고, 연공 서열 임금도 올라가는 것이 약속되어 있다. 한국 직장인들이 특별한 명령을 받지 않아도 장시간 일하는 것은 이를 통해 일자리를 보장받고 연공 서열로 승진한다는 "암묵적인 계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동 윤리는 한국 사람에게 깊이 싶어져 있다.그리고 그 뿌리는 아주 오래 전, 농민이 토지에 얽매여 있던 시절로까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농업 기술이 발달하면 사람의 노동을 소와 말이 대신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대로 사람이 이를 대신해왔다.

이는 자본 집약적인 기계의 도입에 따른 산업혁명과는 대조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사람의 근면"만으로 생산성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려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장시간 일을 해야 하고 일에 뒤쳐진 사람은 따돌림 당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이것이 오랜 세월 노동자들의 가슴에 압박되어 왔고, 지금의 현대 직장인들 마음 속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수확의 기쁨이 가득 담긴 농군들의 표정에서 노동의 신선함이 느껴진다는 김홍도의 '타작'

 

 

블랙 기업은 이러한 한국의 직장인 습성을 이용해 끝없이 잔업을 시키며, 그 대가로서의 고용 보장은 약속하지 않는다. 실적이 나쁘면 오히려 퇴직까지 강요한다. 즉, 블랙 기업은 <고용 보장은 없지만 직무 내용이 명확한 일자리>와 <고용은 보장하지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일자리>의 이로운 점만 뽑아 노동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지금도 희망 퇴직을 권유하고 있다. 이는 종신 고용이라는 묵시적 계약을 회사 측이 결과적으로 어긴 것이다. 많은 한국 기업이 종신 고용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블랙 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블랙 기업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의 기업을 지탱해온 장기적 관계에 의존하는 고용 관행을 고치고, 업무가 없어진 노동자들을 단순히 금번적 보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규칙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회사에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정비하는 대신 경영이 악화된 회사는 지키지 않고 파산시켜야 한다. 기업이 아닌 개인을 보호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블랙 기업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다.